[인터뷰] 책의 끊임없는 변신, 독립출판사 '새벽고양이'와 '새고서림' : 브릭스 인터뷰
독립출판사 새벽고양이와 독립서점 새고서림을 홀로 이끄는 최수민 대표. 그는 작가이자 편집자, 그리고 제작자입니다. 책과 관련한 여러 모임도 이끌고 있는 최수민 대표를 만나 새벽고양이와 새고서림에 관해, 그가 선보이는 독특한 콘텐츠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도서출판 '새벽고양이', 독립책방 '새고서림'의 최수민 대표Q. 독립출판사 새벽고양이, 독립책방 새고서림은 어떤 곳인가요?‘새벽고양이’라는 이름은 새벽의 감성과 자유분방한 고양이 이미지를 합쳐 자유로운 감성을 담아 책을 만들자는 목표를 담고 있어요. 출판사를 시작한 지는 7년 차가 되었고요. 새고서림은 짐작하셨겠지만 새벽고양이의 줄임말입니다. 이곳은 서점이자 사무실이자 제가 글을 쓰고 번역을 하는 작업실이기도 해요.재작년 4월 신대방 신사시장 쪽에 처음 오픈했고, 작년 말 이곳 영등포 청과시장 쪽으로 이전했어요. 독립출판물만 다루고 있고, 저녁에는 다양한 모임을 열고 있습니다. 입구를 찾기가 힘들긴 하지만, 들어오면 이런 공간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는 마법 같은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습니다. 새고서림Q. 책방에는 어떤 모임이 있나요?‘책 모임’하면 좀 딱딱하지 않을까 해서 책으로 재밌게 할 수 있는 모임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낭독회도 열고, 유서 필사 모임, 유서 답장 쓰기 모임, 자신의 인생을 목차로 만드는 인생 목차 만들기 모임 등이 있어요. 저기 책방 입구를 보시면 마이크가 있어요.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라고 해서 돌아가면서 각자 사연이 담긴 노래를 부르고, 인터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에요.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이 한 곡씩 부르면 모임 당 7~8곡의 노래가 쌓이는데, 노래 원본은 모임이 끝나고 유튜브에 올려 참가자분들이 언제든 다시 들으실 수 있게 하고 있어요.'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모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Q. 출판사는 언제 시작되었나요?창업은 2017년 10월이었어요. 당시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주말에 뭔가 휴식을 취할 거리가 필요했어요. 책방을 검색하다 ‘살롱 드 북’이라는 독립책방에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독립출판과 독립책방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살롱 드 북 사장님이 서른 되기 전에 책을 한 권 내보라고 권하셨는데, 마침 제가 사랑에 관한 글을 쓰고 있을 때라 제 글을 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출판에 관해 아는 게 없으니 이런저런 정보를 모으며 책 만드는 법을 배웠고, 인쇄를 할 즈음 아예 출판사를 세우면 꾸준히 활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새벽고양이’를 시작했어요. Q. 출판사와 책방 운영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일본 메이지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에서 일본 관련 이커머스 회사에 다녔어요. 그 전에는 광고회사도 다니고, 마케터로도 일했고요. 책과 전혀 관련 없는 일처럼 보였는데, 책을 내고 나니까 다 연관이 있는 일들이더라고요. 마치 오늘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것처럼요. 새고서림Q. 메이지 대학에는 어떻게 가게 되셨나요?제가 자란 곳은 경북 의성군인데, 사교육을 받을 만한 곳이 없는 시골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밖으로 나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혼자 일본어를 공부했어요. 대학을 알아보다가 메이지대학교 연극문학과를 보게 됐는데, 그게 제 꿈이 되었어요. 하지만 연극문학과에 두 번 떨어지고 삼수 때 ‘일본문학과’에 지원해서 합격했어요. Q. 대표님께서도 여러 책을 쓰셨어요.처음 낸 책이 『어른의 혼잣말』이라는 사랑에 관한 책이었어요. 1천부나 찍어서 집에 쌓아두니까 마음의 짐도 함께 쌓이더라고요. 그다음으로 나왔던 게 『아침은 오지 않아』라는 시집이에요. 잠이 잘 오지 않는 분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시는 어진 작가님과 함께 만들었어요. 이 책의 특징은 제가 직접 만든 ASMR을 들을 수 있게 QR 코드를 사용했다는 거예요.『내 이름은 눈탱이』라는 책은 사랑에 관한 글을 쓰며 품었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의문을 저희 집 강아지를 보며 다시 정리해 보았던 책이에요. 이 아이는 맹목적으로 나를 사랑해주겠구나. 그래서 강아지 시점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를 써 보았어요.최수민 대표의 저서들Q. 일본 단편 소설을 엽서 봉투에 넣은 책을 제작하신 이유가 있나요? 그건 〈프로젝트 메이지〉라고,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근대 문학을 발굴해 알리는 프로젝트에요. 저한테 아무도 제 전공을 써 주지 않는다는 한이 좀 있었나 봐요. 그래서 그러면 내가 써먹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본 근대 소설을 번역 출간하기로 했어요. 첫 시리즈에는 대학 동기였던 최선영 번역가와 함께 작업했어요. 단편 문학을 편지 형식으로 출간하기로 한 건 단편이 주는 매력 때문이었어요. 짧지만 메시지는 강하고 임팩트도 있어요. 그래서 매력적인 작품 하나에 온전히 집중해 한 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단편 하나 당 어울리는 사진 한 장을 같이 넣는데, 보통 소설을 읽을 때 상상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잖아요. 봉투의 색상과 사진으로 먼저 이미지를 인식시키면 소설에 몰입하기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프로젝트 메이지〉 특별 판으로 유서 시리즈도 있어요. 『유서의 일부로부터』는 판형을 먼저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에요. 정말 편지 형식 그대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알아보던 중에 너무 딱 어울리는 편지글을 발견하게 됐어요. 100년 전 이토 노에라는 작가가 실제 유서가 담긴 편지를 받고 그걸 다듬어서 쓴 작품이에요. 이 작품으로 유서 필사 모임도 하고 있어요. 새벽고양이에서 제작하는 〈프로젝트 메이지〉Q. ‘유서’를 필사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죽음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반대로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토 노에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의 의도도 ‘당신도 죽으세요’가 아니라 강하게 살아달라는 당부였고요.Q. 번역하실 때 원문 그대로가 아니라 읽기 쉽게 번역한다고 하셨지요.제 번역 의도는 원문을 온전히 옮기는 게 아니에요. 더 읽기 쉽게 하는 것이에요. 일본어를 직역하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문장이 많아요.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말하는 것들도 많고, 문장이 끊어지지도 않고요. 최대한 전달하기 쉽게 하기 위해 번역가의 해석을 반영하고 있어요. Q. 비행기 탑승권 모양 봉투에 오디오북을 넣은 책들은 어떤 작품인가요?책방에 입고 문의를 하러 찾아갔다가 거기서 한국에서 유학하시는 일본 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제 책을 찾고 계셨다고 해서 금방 친해지게 되었지요. 코로나 때문에 고향 히로시마로 돌아가게 된 후 독립출판물로 한국과 일본이 연계하는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고 해요.한국에서는 도서출판 새벽고양이, 일본에서는 일본에서 다양한 책 이벤트를 기획하는 아이다 프로젝트와 그밖에 다양한 분이 모여 ‘프로젝트 종이비행기’에 돌입했어요. 첫 화상회의에서 QR 코드를 넣자, 편지 형식이면 좋겠다, 코로나로 여행을 못 가니까 여행 느낌이 나면 좋겠다, 여러 의견이 나왔고, 그걸 다 합쳐 비행기 탑승권처럼 만들었어요. 각자 사는 곳에서 각자 여행하며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느낌으로 12편 정도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어요. 포토카드 뒷면에 찍힌 QR코드를 인식하면 5분 이내의 영상이 나오고, 내레이션으로 에세이를 낭독해요. 한일 합작 오디오북이지요. 코로나 봉쇄가 끝난 후 저는 일본 ‘고쿠라’라는 작은 도시를, 저와 협업하던 유학생 일본 분은 한국 공주를 방문하여 후속작을 만들었어요.한일합작 미디어북 〈프로젝트 종이비행기〉Q. 『시간을 꺼내 듣는 책』은 본격적인 오디오북이더군요.〈프로젝트 메이지〉 작품들로 낭독회를 자주 했는데, 그때 오셨던 분 중에 성우 분이 계셨어요. 낭독을 되게 좋아하시는 분이었는데, 그분이 속해 있는 팀 북케스트라와 함께 협업하여 다섯 작품을 녹음했어요. 책 형태는 카세트테이프 모양 틴 케이스예요. 문학을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들을 수 있고, 자막을 선택해서 볼 수도 있어요. 『시간을 꺼내 듣는 책』Q. 책의 다양한 형태, 형식이 흥미롭습니다. 디자인을 배우지는 않았어요. 여행을 다니며 박물관, 책방, 디자인 상품들을 유심히 봐요. 하지만 책의 본질은 지키고 싶어요. 기존 책과 다르게 디자인하는 이유는 평소 책과 거리가 있는 분들에게도 책을 잘 전달하고 싶어서예요. 책을 ‘재미있는 경험’으로 인식하면 거리감이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문학 작품 자체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Q. 북페어 참가도 많이 하시지요?이커머스 일을 하며 형태가 독특한 물건일수록 인터넷에서는 홍보가 잘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직접 봐야 우와 신기하다 관심을 가져요. 북마켓과 북페어에 나가면 새벽고양이 책의 물성을 독자 분들이 직접 겪어 볼 수 있게 되고, 이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세요.다른 한편으로 북페어에서는 다른 작가님들을 만나 볼 수 있어요. 그럴 때 뭔가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 독립출판 자체가 외로운 싸움이 되기 쉬운데 함께 버텨오며 동지애도 많이 생기고 아이디어도 많이 얻어요.Q.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프로젝트 메이지〉의 ‘작가편’으로 한 작가의 두 작품을 연결하여 기존보다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이는 구상을 하고 있어요. 두루마리 형태로 내는 시집도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제 개인 작품에 더 열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5월 말 ‘리틀프레스페어’참여했고, 6월 중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는데,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갖고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으면 해요.인터뷰 이주호 신태진